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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앞까지 갔다고 주거침입죄? 법원이 뒤집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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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주거침입 항소심 무죄 사례, 다세대주택 공동현관에 들어갔다고 모두 처벌될까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흥인의 전상민 변호사입니다.

오늘은 공동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되어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되었지만,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받은 사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이번 사건은 겉으로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주거침입죄의 성립 기준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를 정면으로 묻는 사건이었습니다. 특히 공동주택의 공동현관과 같은 공간을 법적으로 어떻게 봐야 하는지, 그리고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 출입이 곧바로 침입이 되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사건의 시작, 모녀가 다세대주택을 찾아갔습니다

이 사건의 피고인은 두 명이었습니다. 어머니와 딸, 이렇게 모녀가 함께 인천의 한 다세대주택을 찾아갔습니다. 쉽게 말해 빌라를 방문한 것입니다.

두 사람이 그곳을 찾아간 목적은 단순했습니다. 그 다세대주택에 거주하고 있던 상대방의 아들을 만나기 위해서였습니다. 왜 만나러 갔는지,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는 이 사건에서 주거침입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데 본질적인 요소는 아니고, 굳이 공개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아 그 부분은 생략하겠습니다.

문제는 이들이 다세대주택의 공동현관을 지나 피해자가 거주하는 호수 앞까지 올라갔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집 앞에서 아들의 이름을 불렀고, 상대방이 문을 열고 나와 말다툼이 벌어졌습니다.

상대방은 “여기가 어디라고 왔느냐”,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하지 않았느냐”, “우리 아들은 지금 여기 없다”, “당장 가지 않으면 신고하겠다”는 취지로 반응했고, 결국 경찰에 주거침입으로 신고하게 되었습니다.

검찰은 공동주거침입으로 기소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중요한 점은 피고인이 두 명이었다는 사실입니다. 만약 한 사람이 단독으로 주거침입을 했다면 일반적인 형법상 주거침입죄가 문제 되겠지만, 이 사건은 어머니와 딸이 함께 움직였기 때문에 검찰은 이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주거침입으로 보아 기소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두 사람이 공동으로 주거에 침입한 것이 인정된다고 보아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당시 판단 구조 자체는 기존 법리에 비추어 보면 충분히 이해 가능한 면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주거침입죄에서 말하는 주거는 단순히 방 안이나 집 내부만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법적으로 주거란 사람이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공간 전반을 뜻하며, 집 자체는 물론 그에 부속된 공간도 포함됩니다. 따라서 복도, 계단, 공동현관, 정원, 지하실 등도 경우에 따라 주거의 일부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특히 다세대주택, 연립주택, 아파트, 고시원과 같은 공동주택의 공용부분은 거주자들의 생활 평온을 보호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주거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봅니다. 따라서 이 사건의 공동현관 역시 법적으로는 주거의 일부분으로 평가될 여지가 충분한 공간이었습니다.

결국 1심은, 피고인들이 공동현관을 지나 피해자 주거 앞까지 들어왔고, 사전에 허락을 받은 것도 아니며, 상대방 의사에 반하는 진입을 했으므로 주거침입이 성립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는 전혀 다른 각도에서 접근해야 했습니다

저는 이 사건을 맡아 피고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 사건은 단순히 “공동현관 안으로 들어갔느냐”라는 질문만 붙들고 있어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왜냐하면 들어간 사실 자체는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안 들어갔다고 부정할 수 없는 사안에서는, 왜 들어갔는지와 어떤 방식으로 들어갔는지를 봐야 합니다.

즉, 핵심은 공동현관 진입 여부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출입이 과연 형법이 보호하는 ‘주거의 사실상의 평온’을 침해하는 방식이었는지 여부였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기준이 된 것이 바로 변경된 대법원 판례입니다. 이 판례의 핵심은 분명합니다.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은 단순한 거주자의 주관적 의사가 아니라, 주거의 사실상의 평온이라는 점입니다.

예전에는 주거권자의 의사에 반하는 출입이 있으면 침입으로 보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법적 판단이 지나치게 상대방의 속마음에 좌우될 위험이 있습니다. 누군가가 나중에 “나는 저 사람이 오는 것이 싫었다”라고 말하면, 그 자체만으로 범죄 성립 여부가 좌우되는 것은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법원은 침입 여부를 판단할 때 단순히 상대방 의사만 볼 것이 아니라, 출입 방식, 출입 통제의 현실, 출입 목적, 행동의 태양, 공간의 개방성 등 전체 사정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보게 된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 실제로 따져본 핵심 요소들

이 사건에서는 그 새로운 기준에 따라 하나씩 따져 들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첫째, 출입 방식입니다.

이 사건 다세대주택의 공동현관은 비밀번호를 입력해야만 열리는 구조가 아니었고, 평소에도 외부인이 드나들 수 있도록 열려 있는 상태였습니다. 즉, 특별한 보안장치를 해제하거나 통제 장벽을 뚫고 들어간 것이 아니었습니다.

둘째, 출입 통제의 현실입니다.

이 주택은 평소 외부인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구조가 아니었고, 경비원이 있어 방문객을 확인하거나 출입을 막는 형태도 아니었습니다. 다시 말해, 공동현관 자체가 현실적으로 상당히 개방된 공간이었습니다.

셋째, 출입 목적과 방법입니다.

피고인들은 단지 상대방의 아들을 만나기 위해 찾아왔고, 그 집 앞에서 이름을 부른 것이 전부였습니다. 집 안으로 들어가려 한 것도 아니었고, 문을 밀고 들어가거나 강제로 진입한 사실도 없었습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위협적인 행동이나 비정상적인 접근 방식도 없었습니다.

즉, 담을 넘거나 창문으로 침입하거나, 누군가를 속여 출입문을 열게 한 뒤 몰래 들어가는 식의 행위가 전혀 아니었습니다. 일반적인 방문의 외형을 크게 벗어난 사정이 없었다는 점이 중요했습니다.

항소심의 판단, 공동현관 진입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러한 변론을 받아들였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공동현관에 들어왔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주거침입이 성립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1심 유죄판결은 파기되었고, 피고인들에게는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이 판단은 단순히 한 사건의 결론에 그치지 않습니다. 오늘날 공동주택 구조와 생활 방식의 변화를 반영한 해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예를 들어 택배기사나 배달기사도 공동현관을 지나 각 세대 문앞까지 이동하게 되는데, 그때마다 다른 세대 거주자의 주관적 의사만으로 주거침입 여부가 결정된다면 현실과 법 사이의 괴리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법원은 공동주택의 공용공간에 대한 출입을 평가할 때, 단순히 누군가가 불쾌감을 느꼈다는 이유만으로 범죄 성립을 단정할 것이 아니라, 그 출입이 실제로 주거의 평온을 해치는 방식이었는지를 중심으로 봐야 한다고 본 것입니다.

핵심 정리

공동주택의 공동현관과 복도 등 공용부분도 원칙적으로는 주거의 범위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동현관에 들어갔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주거침입죄의 핵심은 거주자의 단순한 거부감이 아니라, 주거의 사실상의 평온을 침해했는지 여부입니다.

출입 방식, 출입 통제의 현실, 방문 목적, 행동의 태양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 비로소 침입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결론

이 사건은 공동현관을 지나 특정 세대 문앞까지 갔다는 외형만 보면 1심 판단처럼 유죄로 볼 여지도 있었지만, 항소심에서는 법리가 보다 정교하게 적용되면서 전혀 다른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형식적인 진입 사실이 아니라, 그 출입이 과연 주거의 평온을 깨뜨리는 방식이었는지에 대한 실질적 판단입니다. 이 사건은 바로 그 차이가 결과를 바꾼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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