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강제추행 항소심 파기무죄 사례, CCTV 한 장면만으로 유죄가 될 수 있을까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흥인의 전상민 변호사입니다.
이 채널은 제가 직접 변호했던 사건들을 바탕으로, 사건 속에서 문제 되었던 법리적 쟁점과 방어 전략, 그리고 실제 재판에서 중요하게 작용했던 여러 사정들을 함께 살펴보는 공간으로 운영하고자 합니다.
그중에서도 오늘은 무죄 판결을 받아낸 사건, 그 가운데서도 특히 무죄를 받기 가장 어려운 범죄군 중 하나로 평가되는 성범죄 사건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형사사건은 결코 남의 이야기나 먼 이야기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 길을 가다가 떨어진 돈을 줍는 행위조차도 경우에 따라서는 점유이탈물횡령죄로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본인도 모르게 피의자가 되어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고 법정에 서게 되는 일은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단순히 법전의 문구를 아는 수준이 아니라, 실제 사건을 수없이 다루며 축적된 경험과 전체 맥락을 읽어내는 능력입니다.
이번 사건의 개요는 이렇습니다.
피고인은 대학원 수업을 함께 듣던 여성과 종강 파티 이후 술자리를 하게 되었습니다. 술자리가 끝날 무렵 피해자는 술에 매우 취해 스스로 걷기조차 어려운 상태였고, 피고인은 택시를 태워 피해자를 집 앞까지 데려다준 뒤, 엘리베이터에 부축하여 함께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문제가 된 것은 엘리베이터 내부 CCTV 영상이었습니다. 영상에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얼굴을 가볍게 쓰다듬는 듯한 장면, 그리고 몸이 앞으로 쓰러지려는 피해자를 양팔로 감싸 안는 듯한 장면이 담겨 있었습니다.
검찰은 이 장면을 근거로,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는 점을 이용하여 추행했다는 취지에서 준강제추행죄를 적용하여 기소하였습니다.
1심 법원은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판결의 요지는, 피고인과 피해자가 특별히 친한 관계가 아니었고, 엘리베이터 안에서의 신체 접촉이 단순한 부축을 넘어선 것으로 보이며, 피해자 역시 이를 추행으로 인식하고 처벌을 원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접촉이 있었고 피해자가 이를 추행으로 느꼈다면 추행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논리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사건을 맡은 뒤, 다음의 세 가지를 핵심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첫째, 피해자의 상태입니다.
피해자는 술에 취해 거의 의식을 잃은 상태였고, 스스로 서 있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옆에 있었는지와 무관하게, 그 사람은 피해자를 부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즉, 문제 된 신체 접촉이 발생한 전제가 이미 ‘부축이 필요한 상태’였다는 점이 중요했습니다.
둘째, CCTV 영상의 한계와 맥락의 문제입니다.
CCTV에는 소리가 녹음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화면만으로는 당시 어떤 말이 오갔는지, 어떤 의도로 행동했는지, 그리고 접촉이 어떤 흐름에서 이루어졌는지를 온전히 파악할 수 없습니다. 결국 영상만 놓고 보면, 보는 사람의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피고인의 행동을 달리 해석했습니다. 피해자의 얼굴을 만지는 듯한 장면은 정신을 차리게 하거나 반응을 확인하려는 동작으로도 볼 수 있었고, 몸을 감싸는 장면 역시 쓰러지려는 사람을 붙잡아 세우는 부축의 연장선으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했습니다.
셋째, 사건 전체의 전개입니다.
피고인과 피해자는 엘리베이터에 타기 이전부터 이미 택시 안에서 함께 있었습니다. 그런데 택시 안에서는 어떠한 추행도 없었고, 이는 택시기사의 진술로도 확인되었습니다. 만약 피고인에게 실제 추행의 의도가 있었다면, CCTV가 설치된 엘리베이터보다 외부의 시선이 닿지 않는 택시 안이 오히려 훨씬 용이한 장소였을 것입니다.
바로 이 지점이 중요합니다. 사건은 특정 장면 하나만 떼어내 볼 것이 아니라, 그 장면이 어떤 흐름 속에서 나타났는지를 전체적으로 보아야 합니다.
저는 이러한 요소들을 바탕으로, 이 사건의 신체 접촉은 추행의 의도를 가진 행위가 아니라 피해자를 부축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접촉에 불과하다는 점을 항소심에서 적극적으로 다투었습니다. 물론 단순히 주장만으로 해결된 것은 아니었고, 세부 사실관계와 영상 해석, 증언의 신빙성 등을 둘러싸고 치열한 법정 공방이 이어졌습니다.
그 결과 항소심 재판부는 저의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재판부는 해당 접촉이 도덕적으로 부적절하게 보일 수는 있으나, 곧바로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추행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고, 무엇보다 추행의 고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결국 원심은 파기되었고, 피고인에게는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1심 유죄 판결이 항소심에서 무죄로 뒤집히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원심에서 이미 유죄 판단이 내려진 이상, 항소심에서는 그 판단 구조가 상당 부분 형성된 상태에서 심리가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항소심 파기무죄는 형사사건 실무상 매우 의미 있는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이 특히 중요한 이유는, 이러한 상황이 결코 특별한 사람에게만 발생하는 일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누구든 선의로 누군가를 돕다가 오해를 받을 수 있고, 말이나 행동의 의도가 왜곡될 수 있으며, 때로는 CCTV의 짧은 한 장면만으로도 사건의 전부가 잘못 이해될 수 있습니다.
특히 성범죄 사건은 혐의가 제기되는 순간부터 사회적 낙인이 매우 크게 작용합니다. 따라서 일부 사실관계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그 사실이 법률적으로 곧바로 ‘추행’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전혀 별개의 문제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건의 전체 맥락을 정확히 읽고, 각 장면이 가지는 의미를 법리적으로 설득해내는 작업입니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히 CCTV의 특정 장면만 놓고 보면 오해될 수 있었지만, 피해자의 상태, 영상의 한계, 그리고 사건 전개의 흐름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무죄 판단에 이를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제가 직접 변호했던 준강제추행 사건의 항소심 파기무죄 사례를 소개해드렸습니다. 앞으로도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무죄 판단에 이르게 된 과정과 법리적 쟁점들을 계속해서 함께 살펴보겠습니다.